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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스포주의)

세 여자의 외로움에 관한 영화 <내가 죽던 날>

by 푸른자수정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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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가죽던날
영화 <내가 죽던 날>

영화 내용정리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 만을 남긴 채 소녀 세진(노정의)이 사라진다. 사실 세진은 아버지가 연루된 사건의 주요 증인인데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섬에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분명 목적은 보호인데 그녀의 집과 방에는 CCTV가 달려 있고 철저한 감시 속에 살아가게 되었고 아직 어린 소녀 세진은 외로움과 고독에 지쳐가게 된다. 그러다가 유서 한 장만 써 두고 시체도 없이 사라진 그녀. 이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형사 현수(김혜수)가 내려온다. 현수는 남편과 이혼 후 현재 복직을 앞두고 있는데 현수 남편이 본인의 불륜을 덮기 위해 오히려 현수가 동료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소문을 낸 터라 경찰서 내에서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복직의 조건으로 10대 소녀 자살사건을 조사하러 간 현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세진의 외로웠던 삶을 유추해 본다. 그러던 중 세진이 살던 집주인인 순천댁(이정은)을 만나게 되는데 순천댁은 자살시도로 농약을 먹었다가 말을 못 하게 된 사람으로 식물인간 상태인 조카 순정을 돌보며 외롭게 살고 있었다. 세진이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현수는 세진의 상황에 분노하고 공감하며 더더욱 집착하게 되지만 조사가 길어지자 빨리 종료하라는 윗선의 압박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세진을 잘 챙겨주며 친했다는 형사 형준(이상엽)에 대해 알게 되어 찾아가 세진에 대해 물어보지만 형준은 단순히 세진 아버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얻기 위해 접근했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세진은 마을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었고 그런 세진을 챙겨준 유일한 이가 바로 순천댁이었다. 밥도 챙겨주고, 약도 챙겨주며 세진을 챙겨주던 순천댁은 불쌍한 세진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랬고 세진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 날 순천댁은 식물인간인 조카의 이름 '이순정'으로 발행한 여권을 세진의 손에 쥐어줬는데, 이름은 조카의 이름이지만 여권에 붙어 있던 사진은 세진의 것이었다. 울면서 순천댁 옆에서 살고 싶다는 세진에게 순천댁은 아무도 널 구해주지 않는다고, 너 스스로 널 구해야 한다고 다독이며 세진을 섬에서 내보낸다. 그렇게 세진은 자살로 죽었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윗선의 요구대로 자살로 사건을 종결한 현수는 그 뒤로도 세진의 흔적을 알아보게 되고 결국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게 된다. 순천댁은 모든 것을 짐작한 현수에게 자백을 하지만 현수는 짐짓 모른 척해주고 경찰일도 그만둔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이혼소송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남편에게 선포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현수는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동남아로 떠나 세진의 흔적을 따라간다. 어느 날 바닷가에 카페에서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 세진을 발견한 현수는 비로소 안도하고 현수와 세진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는 끝이 난다. 

 

주관적 리뷰 - 세 여자의 교집합, 외로움

가끔 생각 없이 보게 된 영화가 가슴을 후벼 파고 지나갈 때가 있는데 <내가 죽던 날>이 그런 영화 중에 하나다. 영화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혜수'와 연기파 배우 '이정은'씨가 나오길래 보기 시작한 영화. 처음에는 스릴러물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은 먹먹해지고 자꾸 눈물이 났다.

영화 포스터에서 보이는 세 여자- 현수, 순천댁, 세진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가장 크고 확실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외로움'이었다. 똑똑한 엘리트 경찰로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너무 몰랐던 현수, 생기를 잃은 채 식물인간인 양녀를 간호하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고 있는 순천댁, 하루아침에 혼자가 되어 외딴섬에 갇혀 살아야 하는 어린 소녀 세진. 그들은 서로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또 진심으로 걱정하며 서로를 치유해 주고 있었다. 위태한 절벽에 서서 세진이 겪었을 외로움과 고독에 자신을 투영해보는 현수와 죽음까지 생각하는 세진을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순천댁,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외로움과 닮아있는 세진을 생각하고 위로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배려해주었다. 특히 순천댁이 말을 못 한다는 설정이 오히려 더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 같다. 어설픈 맞춤법으로 글을 써가며, 투박한 손길로 어깨를 두드려 가며 순천댁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세진에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죽음을 생각했던 순천댁의 하는 말이라 그런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현수가  모두를 위해 그 '진실'을 묻어두었고, 살아있는 세진을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마침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있는 세진과 마주하는 모습은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끼게 해 줬다. 어찌 보면 '내가 죽던 날'이라는 것은 '내 안에 있던 외로움이 죽던 날'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지만 사실은 외로움과 고독이 너무 익숙할 만큼 물들어 있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그래도 괜찮다고, 손을 내밀면 잡아주는 누군가 있을 거라고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죽던 날>은 작품성에 비해 흥행성적이 아쉬운 영화이고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보길 권하고 싶은 그런 영화이다.

 

영화수상내역(2021년)

  • 42회 청룡영화상(신인감독상)
  • 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10선)
  • 57회 백상예술대상(영화부문 시나리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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