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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스포주의)

'화차(火車)'에 올라타야만 했던 여자, 영화 <화차> 리뷰

by 푸른자수정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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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火車)란 무엇인가?

화차(火車)는 '지옥행 불수레'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옥에 있는 수레로 죄인을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타는 수레라는 뜻이다.

과연 그녀는 왜 지옥행 불수레에 올라타야 했을까?


화차
영화 <화치>

◈ <화차> 기본정보

  • 장르 : 미스터리
  • 개봉 : 2012년 3월 8일
  • 러닝타임 : 117분
  • 관객수 : 243만 명
  • 등급 : 15세 관람가
  • 감독 : 변영주

 

◈ 등장인물 소개

  • 장문호(이선균) : 다정다감한 성격의 동물병원 수의사다. 어느 날부턴가 자기 병원 앞을 서성거리던 선영에게 관심이 가게 되고 우연히 말을 걸게 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문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갑자기 선영이 사라지자 그녀를 찾기 위해 문호는 직접 나서게 된다. 그러나 문호가 선영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은 다 가짜였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 강선영/차경선(김민희) : 문호의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보러 오다가 문호와 알게 되고 연인이 된다. 어느 날 문호와 본가에 인사드리러 가는 길에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사실 선영의 본명은 차경선으로 강선영이라는 이름을 도용해서 살고 있었다. 불행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어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하며 지옥행 수레에 올라탄 경선이었다. 
  • 김종근(조성하) : 유능한 형사였지만 뇌물사건에 휘말려 사표를 낸 후 생활이 어려운 상태이다. 어느날 사촌동생 문호가 약혼녀를 찾는 걸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형사의 직감으로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 강선영(차수연) : 진짜 강선영으로 경선에게 살해 당했다. 
  • 호두 엄마(배민희) : 문호의 동물병원에 자주 오던 손님으로 경선이 새로운 신분으로 갈아타기 위해 준비해 둔 두 번째 희생양이었다. 
  • 노승주(이희준) : 차경선의 전 남편. 경선을 불쌍히 여겨 결혼까지 했지만 악독한 사채업자들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이혼한다.

 

◈ 영화 줄거리

결혼식을 앞둔 문호(이선균)는 약혼녀 선영(김민희)과 함께 부모님을 만나러 안동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깐 들렀는데 문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선영이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당황한 문호는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지만 경찰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런 경찰들 때문에 문호는 분노한다. 이리저리 혼자 알아보던 문호는 선영이 사라지기 전에 문호의 은행원 친구인 중호가 선영에게 전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호는 선영이 4년 전 개인파산 기록이 있어서 확인차 물어보려 했었다고 말해주고, 문호는 개인파산 관련 변호사를 찾아가는데 변호사는 선영의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은 강선영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알던 강선영이 사실은 강선영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운 문호는 사촌 형인 종근(조성하)을 찾아가서 선영을 좀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전직 형사였던 종근은 지문 하나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선영의 존재에 의심을 품게 되고 그녀의 모든 것이 다 가짜였다는 것을 알아낸다. 진짜 강선영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문호는 왜 그녀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아가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종근은 이것이 단순 실종이 아닌 살인사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문호에게 그만 잊으라고 하지만 문호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조사 끝에 강선영이라고 말했던 여자의 본명이 차경선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가 일했던 회사와 과거의 일까지 알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며 아버지 사채빚까지 떠안게 되어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경선을 불쌍히 여긴 남자 승주가 경선과 결혼하며 그녀를 보듬어 주려 했지만 끝없는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에 견딜 수 없어 결국 이혼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멀리 떠나려던 경선은 사채업자들에게 잡혀 신체포기각서까지 쓰게 되었고 술집에 팔아넘겨졌다가 1년 만에 도망을 치게 됐다. 자신의 구질구질한 삶을 벗어나 새롭게 살고 싶었던 경선은 그렇게 해서는 안될 짓을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문호는 복잡한 감정에 힘들어하게 되고 우연히 경선이 호두 엄마라는 자신의 병원 고객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급히 용산역으로 달려간 문호는 호두 엄마를 돌려보내고 마침내 경선과 마주하게 된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경선의 말에 부디 너로 살라며 놔주고 마는 문호, 과연 경선은 문호의 말처럼 본인으로 살 수 있을까? 이미 화차에 올라탄 그녀가 그곳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 주관적 리뷰

보통 힘들거나 어렵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자조적인 말투로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번 생은 틀렸어"

이번 생에 연애는 틀렸어, 결혼은 못할거야, 내 집 장만은 힘들어 등등 정말 원하지만 갖기는 힘들 것들에 대해 푸념 섞인 한숨처럼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차피 이번 생은 안 되는 거니까 너무 안달하지 말자, 힘들어하지 말자 그렇게 말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경선이 느낀 절망과 공포 그리고 불안감은 그냥 푸념처럼 읊조리며 넘어가기에는 너무 어둡고 깊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겪어야 했던 처절한 현실을 보면 경선이 했던 모든 악행들이 한순간이나마 이해가 되고 동정심마저 들었다. 아버지의 사업은 망하고, 본인은 고아원에 맡겨지고, 데리러 온다던 어머니는 장기가 적출된 채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그나마 자신의 손을 잡아줬던 남편도 결국 차갑게 돌아서 버리고, 악귀 같은 사채업자들은 술집에 팔아넘기고, 아빠도 모를 아이를 낳았지만 그나마 죽어버리고..  이런 불행의 종합사전 같았던 차경선의 삶은 결국 불타는 수레에 올라타야만 했던 그녀의 변명 같다. 영화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은 영화 프로그램에서 연출 당신 절대로 경선이 불쌍해 보여서는 안 된다, 악독한 살인마로 보여야 한다고 했는데 영화를 본 나는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그저 살아보고 싶었던,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었던 경선이었는데 세상의 모든 불행이 그녀에게 향한 듯한 현실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다른 길은 정말 없었을까? 경선이 원하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비가 되고 싶던 경선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인해 영원히 나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던 그 순간부터 그녀는 나비가 아닌 계속 새로운 숙주를 찾아 헤매어야만 하는 기생충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그 순간, 경선은 원하는 대로 나비처럼 날아갔을까? 죽는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 죽어갔을까?

살고 싶어서 '나'를 지워버린 여자, 슬픈 스릴러 영화 <화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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